[욕실은 플라스틱의 온상이다] 주방 다음으로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곳은 단연 욕실입니다. 다 쓴 샴푸 통, 린스 용기, 치약 튜브, 칫솔 등 욕실 쓰레기는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샴푸나 바디워시는 내용물의 80% 이상이 물인데, 이를 담기 위해 매번 새로운 플라스틱 용기를 소비하는 것이죠.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고 가장 먼저 바꾼 것이 바로 욕실의 액체 세정제들을 ‘고체’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체 샴푸(샴푸바)는 생각보다 높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욕실 제로 웨이스트 3단계 적응기]
샴푸바, 왜 적응 기간이 필요할까? 처음 샴푸바를 사용했을 때 가장 당황했던 점은 머릿결이 ‘뻣뻣해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를 환경 심리학과 성분학에서는 ‘명현 현상’ 혹은 ‘적응기’라고 부릅니다. 그동안 실리콘 성분이 들어간 액체 샴푸로 코팅되어 있던 머리카락이, 천연 성분의 고체 샴푸를 만나면서 본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이 시기에는 머리가 끈적거리거나 뻑뻑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이때 포기하면 안 됩니다. 최소 2주에서 한 달 정도는 뇌가 이 새로운 감각에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린스 대신 식초 물을 헹굼물로 사용하는 등 자신만의 루틴을 찾아가면, 어느새 두피가 훨씬 건강하고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나무 칫솔, 썩지 않는 플라스틱 칫솔의 대안 플라스틱 칫솔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복합 재질이라 평생 버려도 썩지 않습니다. 대나무 칫솔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입니다. 다만 대나무 칫솔은 습기에 약합니다. 욕실의 습한 환경에 그대로 두면 칫솔대가 금방 검게 변하거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칫솔을 사용한 후 반드시 물기를 닦아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이 ‘닦아서 보관하기’라는 과정이 귀찮게 느껴지지만, 한 달 뒤 칫솔을 바꿀 때 대나무 칫솔대는 화분 지지대로 쓰거나 땅에 묻을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심리적 만족감은 그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고체 치약과 천연 수세미의 활용 치약 튜브도 재활용이 매우 어려운 대표적인 쓰레기입니다. 최근에는 씹어서 사용하는 고체 치약도 많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거품이 잘 나지 않아 어색했지만, 사용법을 익히고 나니 휴대하기도 간편하고 여행 갈 때도 용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욕실 청소용 수세미도 천연 수세미를 잘라 사용해 보세요.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이 마음껏 청소할 수 있고, 다 쓰고 나면 일반 쓰레기나 퇴비로 버릴 수 있어 뒷마무리가 깔끔합니다.
[주의사항 및 한계: 욕실 제로 웨이스트의 핵심은 건조] 욕실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건조’입니다. 고체 샴푸나 비누는 물에 닿아 있으면 금방 흐물거리고 녹아 없어집니다. 물빠짐이 좋은 비누 받침대를 사용하거나, 공중 부양 자석 홀더를 사용하여 비누가 물에 닿지 않게 보관하세요. 고체 제품이 물러서 버려지는 양이 많아지면 그것 또한 낭비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고체로 바꾸기보다는, 기존에 쓰던 제품을 끝까지 다 쓰고 하나씩 교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핵심 요약]
샴푸바 적응기는 뇌가 천연 성분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며, 최소 2주 이상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대나무 칫솔은 습기에 약하므로 사용 후 물기를 닦아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고체 제품 사용 시 물빠짐이 좋은 보관함을 사용하여 낭비를 방지하는 것이 제로 웨이스트의 핵심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비닐봉지 없이 식재료를 구매하는 구체적인 '장보기 기술'과, 시장이나 마트에서 겪는 실전 에피소드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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